찐빵장수 부부의 눈물겹게 아름다운 이야기
찐빵을 찌는 찜통의 새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뒤편으로 왠 아이 둘이 찐빵을 쌓아 놓은 진열장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큰애가 누나인 듯하고 작은 애가 남동생 인 듯한데 무슨 이유로 찐빵을 쳐다보고 가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날 이후 자주 그 애들이 가게 앞을 서성이다 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희 가게는 동네 어귀에서 찐빵이며 어묵, 떡볶이, 만두 등을 파는 작은 분식점입니다. 남편과 같이 장사하며 그리 넉넉하지는 않지만 큰 욕심 내지 않고 아쉬움 없이 살아갈 정도는 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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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주방에서 음식재료를 다듬고 있는데 그 남매가 찐빵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오늘은 무슨 이유인지 알아봐야겠다 싶어 얼른 손을 씻고 주방을 나서보니 어느새 그 애들은 저만치 멀어져가고 있었습니다.
분명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아 멀찌감치 떨어져 그 애들 뒤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그 애들은 산동네 골목길을 골목골목 돌아 낡은 슬레이트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주위에 알아보니 부모 없이 할머니랑 살고 있는데 애들 아빠는 작은애가 태어나자마자 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는 몇 년 전에 고생 고생하다가 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사연을 듣고 나니 왜 그 애들이 우리가게 앞을 서성이고 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한참 클 나이에 배가 고프다 보니 찐빵이 먹고 싶어 그러는 것 같았고 누나는 그런 동생을 달래고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남편에게 낮에 본 그 애들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와줄 길이 없을까 의논을 했습니다. 그 애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도와주자는 것과. 다음에 그 애들이 오면 찐빵이라도 배불리 먹여 보내자고 남편과 상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동사무소에 들러 그 애들 딱한 사정을 자세히 알 수 있었고 더불어 큰애 이름이 숙희란 것과 몇 년 전에 돌아가신 그 애들 엄마 이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식탁을 치우고 있는데 그 애들이 찐빵을 쌓아놓은 진열장을 쳐다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얼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제가 나가자 그 애들은 황급히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애들을 불러 세웠습니다.
“얘들아…”
“예?”
“너희들 찐빵 사러왔니? 왜 빵 안 사고 그냥 가니?”
“아니요. 그냥 지나치는 길이었는데요…”
자존심 때문인지 돈이 없어 찐빵을 살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가만… 혹시 너 숙희 아니니? 너희 엄마 이름이 영숙이 아니니?”
“어. 아줌마가 우리 엄마 이름을 어덯게 아세요?”
“내 친구 영숙이 딸 숙희가 맞구나! 세상 정말 좁네. 숙희 너는 어릴 적 모습 그대로네”
“엄마 친구 분이라고요?”
“응. 너희 엄마랑 둘도 없는 친구란다. 너 아주 꼬맹일 때 보고 그동안 사정이 있어 연락이 안 되었는데 오늘 이렇게 보게 되는구나.
그래. 엄마는 어디 계시니?”
” … …”
큰애는 엄마의 안부를 묻는 내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엄마 몆 년 전에 아파서 돌아가셨어요.”
엄마란 단어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한 목소리로 작은 애가 대답을 하더군요.
“뭐라고? 아니 어떡하다가! 이럴 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어리둥절하며 미적거리는 애들을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며 남편을 불렀습니다.
“여보. 내 친구 영숙이 알지? 우리 힘들 때 많이 도움 받았던 내 친구. 애들이 영숙이 애들이래…”
“정말? 당신이 그렇게 찾아도 연락이 되지 않더니 어떻게 만났어. 세상 정말 좁네!”
“뭐 하고 있어요. 일단 찐빵 따끈하게 데워서 한 접시 빨리 줘요.’
“응. 그래 알았어.”
남편이 준비해준 찐빵과 어묵, 튀김 등을 주며 그동안의 사연들을 들어 보았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정부보조금과 주위이웃들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정말 밝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한참 부모사랑을 받고 자라야 할 나이에 고생하고 있는 애들 모습이 코끝이 시려 왔습니다.
“숙희야. 이제는 이 아줌마가 너희 엄마한테 진 빚을 갚아야 할 때가 온 것같구나. 앞으로 힘든 일 있으면 이 아줌마한테 이야기해. 그러지 말고 오늘부터 이모라 불러…”
“그리고 내일부터 동생이랑 매일 여기 들려서 밥 먹고가. 너희 엄마한테 도움 받은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야 나도 너희 엄마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지.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말고 꼭 들렀다 가야한다. 알았지?”
그날 이후 그 애들은 매일 가게에 들렀다 갑니다. 밥도 먹고,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하고 이제는 나를 스스럼없이 이모라고 부릅니다.
예전부터 알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친 조카 이상으로 그 애들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 애들에게 주는 작은 도움보다 그 애들로부터 내가 더 큰 도움과 깨달음을 얻는 것 같습니다.
나눔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