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속의 머리카락
그들 부부는 칠순 노모가 차려주는 저녁상을 받습니다.
부부가 맞벌이를 시작하면서 집안 살림은 통째로 눈 침침하고 허리 굽은 칠순 노모의 차지가 돼버린 것입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그날도 부부는 노모가 차린 저녁상을 받았습니다.
한참 식사를 하고 있는데 노모가 불쑥 말을 꺼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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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돋보기 하나 사야 할 것 같은데….. ”
생전 당신 입으로 뭘 사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다 신문 한 장 볼 일 없는 까막눈인 어머니가 돋보기를 사달라니 웬일인가 싶었지만, 아들은 별다른 말없이 다음으로 미루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 먼저 퇴근한 아내가 막 현관에 들어서는 남편에게 다가가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여보, 아무래도 어머님이 늦바람 나셨나봐, 어제는 안경을 사내라고 하시더니, 좀 전엔 생전 안 하던 염색을 하셨지 뭐야?”
아내의 너스레에 아들은 볼멘소리를 던졌습니다.
“다 늙어서 왜 안 하던 일을 하고 그러신대?”
우연히 아들 내외의 대화를 들은 노모는 멋쩍어하며 부엌으로 갔습니다.
노모는 언제 장만했는지 돋보기를 끼고 쌀을 씻으셨습니다.
며느리는 그런 노모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남자친구가 생겼나 싶어 눈치를 살폈습니다.
식탁 앞에 아들 내외가 앉자 어머니가 먼저 침묵을 깼습니다.
“안경은 인자 됐다. 엊그제 너희 아들 밥그릇에 흰머리가 하나 들어갔나 보더라. 애가 어찌나 화를 내던지……
이제 안경도 끼고 머리도 염색을 했으니까 그럴 일 없겠지.”
아들은 그제야 어머니가 왜 돋보기를 사달라고 하셨는지,
왜 하얗게 센머리를 염색하셨는지 깨달았습니다.
아무 말 못 하고 고개를 숙인 아들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어머니께서 자식을 위해 무언가 해주기만 바랐을 뿐, 어머니의 머리가 그새 온통 백발이 된 것도 아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